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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수익률, 이제 그만 속여라!

얼마 전, 한 지인이 추천받은 보험을 살펴 달라며 상품안내장을 보내왔다. 보험설계사의 설명에 따르면 원금보장은 물론 시중에서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연 5.1의 고금리를 지급하는 상품이라는 것이다. 여느 저축보험과 달리 사망보장 등 위험보장항목이 없어 순수하게 저축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적금 붓던 걸 해지하고 이 보험 상품으로 갈아타려고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상품안내장에 나와 있는 만기환급금으로 수익률을 재계산해본 결과 보험가입자가 받는 실제 이자율은 연 3.19(비과세, 월 복리 적용)에 지나지 않았다.

 

 보험수익자는 실질이자율이 5.1인 것으로 인식

 실제 수취금액을 수익률로 환산하
면 약 3.19의 수익률이 적용됨

 
그 지인은 경제나 금융 쪽은 아니지만 박사학위를 받은 소위 식(識)자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 5.1 수익률만 살피고 만기환급금에 숨어있는 실질 이자율을 읽어내지 못했다. 일반 금융소비자들 또한 이와 비슷할 것이라 생각된다. 만약 해당 보험의 총이자가 연 4 복리이자를 주는 예금상품에 주기적으로 재가입하여 얻은 세후 수익률보다 적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래서 속은 기분이 든다면 이것은 누구의 탓인가? 상품안내서를 세세히 살펴 수익률을 재계산해보지 않은 금융소비자 자신의 탓인가, 아니면 실질적인 혜택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보험회사나 보험설계사의 탓인가?
 
○ 저축보험, 낸 돈이 전부 저축되지 않는다.
 
보통 우리가 납부하는 보험료는 위험보험료, 부가보험료, 저축보험료로 구성되어 있다. 위험보험료로 납부하는 돈은 사망?질병?상해 등 각종 위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용이 되고 부가보험료는 보험설계사 모집수당 등 보험회사의 계약체결?관리비용으로 사용되며 사업비라고도 불린다. 저축보험료는 만기환급금이나 해지환급금 마련을 위해 적립되는 부분으로 바로 이 부분만이 보험회사가 공시하는 이자율로 불어난다. 이렇게 낸 돈 모두가 공시이율로 불어나지 않기 때문에 보험가입자가 마땅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자총액과 실제 수취 이자액이 다른 것이다.
 
○ 그렇다면, 제대로 전달하라!
 
내가 낸 돈 중 과연 얼마가 사업비로 쓰이고 얼마가 저축되는지 아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보험회사는 사업비 내역을 대외비라는 명목으로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으로 2009년 4월부터 저축성변액보험의 사업비가 공시되었고 2010년 9월부터는 금리연동형 저축성보험의 사업비 및 보장위험별 연간보험료 등도 공시하고 있다. 위험보험료와 사업비를 알 수 있으니 간접적으로 저축보험료 수준도 계산해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일선의 보험설계사들은 여전히 사업비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인에게 보험을 추천한 보험설계사에게 사업비 수준을 묻자 그것은 대외비라며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보험설계사가 지인에게 건넨 상품안내장에도 사업비에 관한 내용이 없었다. 협회에 공시되어 있는 상품요약서를 찾아본 후에야 계약체결비용과 관리비용으로 약 8.3(납입기간 동안의 총납입료 기준)가 빠져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도가 잘 정비되어도 일선에서 마음대로 판매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를 위한 감독강화의 일환으로 펀드, 변액보험, ELS, Wrap상품, 신용카드를 2012년 5대 미스터리 쇼핑 영역을 정하였다. 일선의 판매행태를 감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험 상품 모두를 포괄하기에는 변액보험이 너무 좁다. 보험연구원의 ‘2011년 보험소비자조사’에 따르면 생명보험 중 변액보험 가입률은 6.3로 질병보험(67.3), 사망보험(26.7), 저축성보험(20.6)보다 훨씬 가입률이 낮다. 일반 보험의 판매행태에 대한 전반적인 감찰이 필요하다. 이것이 어렵다면 “표준투자권유준칙”과 유사한 “표준보험권유준칙”을 업계에서 자발적으로 마련하여 사전 지도하는 등의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 소비자 시각의 공시제도
 
문제는 또 있다. 설사 사업비를 알려준다고 하여도 보험소비자는 사업비 때문에 공시이율 연 5.1보다 적은 이자를 받게 된다는 생각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금융소비자들은 예금상품에 익숙하다. 은행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비용을 부과하거나 수익을 올리든 예금상품의 “공시이자율”이 바로 소비자가 궁금해 하는 “실제 수취 이자율”이다. 소비자는 저축상품으로 소개받은 보험 역시 이와 같을 것이라 지레 짐작할 개연성이 높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공시방법도 소비자 수준에 맞추어 바뀌어야 한다. 사업비, 공시이율을 알려줬으니 알아서 계산해보라고 소비자에게 들이밀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오해를 하지 않도록 해당 상품의 효과를 정확히 알려주어야 한다. 위험보장항목이 없는 순수저축성상품은 공시이율과 함께 “실질이자율”을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위험보장항목이 포함되어 있다면 위험보험료뿐만 아니라 저축보험료도 명확히 밝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성이 제한적임을 지적한다. 이에 따르면 사회 정책이나 제도는 인간이 인지적 오류를 범하고 감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수립되어야 한다. 보험공시제도도 이런 관점에서 소비자의 역량을 감안해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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